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어떤 날은 평온하다가도, 다음 순간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어제는 아무렇지 않던 말에 오늘은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혹은 주변 사람 중에도 감정이 쉽게 요동치고, 기분이 수시로 변하는 이들을 보며 “왜 저렇게 감정 기복이 심할까?”라는 의문을 품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감정 기복은 단지 성격 문제나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감정 처리와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구조와 기능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의 뇌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뇌 회로가 다르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감정의 기복을 이해하고 다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뇌과학적 시각으로 차근차근 풀어드리겠습니다. 감정이 흔들린다는 건 당신이 약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쩌면 뇌가, 지금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목차

• 감정을 주도하는 뇌의 구조들: 편도체, 해마, 전전두엽
• 감정 조절 회로가 불안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감정 기복이 심할 때 나타나는 뇌의 생리적 변화
• 감정 기복을 조절하는 뇌의 회복 훈련법

 

1. 감정을 주도하는 뇌의 구조들: 편도체, 해마, 전전두엽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감정이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떨어지고,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이 감정 변화의 배경에는 뇌 속에서 감정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여러 구조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위가 바로 **편도체(Amygdala)**입니다.

편도체는 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 중추로, 특히 위협, 분노,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이 편도체가 과도하게 예민하게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자극조차 뇌는 위협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감정 반응을 크게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여기에 **해마(Hippocampus)**는 감정과 연결된 기억을 저장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종종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 기억이 쉽게 재소환되고, 현재 감정과 뒤섞이기 때문에,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워집니다. 이때 감정은 더욱 증폭되고, 뇌는 감정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이 모든 감정 반응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이성의 브레이크’입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은 전전두엽의 활성도가 낮거나, 편도체와의 연결이 약해져서 충동적이고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쉽게 말해, 뇌가 감정을 느끼는 속도는 빠르지만, 조절하는 기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입니다.

 

2. 감정 조절 회로가 불안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의 감정 회로는 더 불안정할까요? 이 질문에는 유전, 경험, 환경, 심리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유전적인 요인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특히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분비가 원활하지 않으면, 감정의 균형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세로토닌(Serotonin)**은 뇌의 감정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이 물질이 부족하면 불안, 우울, 분노 같은 감정이 쉽게 올라오고,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세로토닌 시스템이 불균형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어릴 적 정서적 안정감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경우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안전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감정을 말로 설명하거나 조절하는 뇌 회로가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채 성장합니다. 이런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이 쉽게 요동치고, 대인관계에서도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의 폭발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편,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외상 경험(트라우마)은 뇌 회로를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반복적인 감정적 충격은 편도체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고, 전전두엽의 조절 능력을 약화시키며, 해마의 크기까지 줄어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 기복은 단지 하루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뇌 전체의 감정 처리 시스템이 반복된 경험 속에서 구축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3. 감정 기복이 심할 때 나타나는 뇌의 생리적 변화

감정이 격하게 요동칠 때, 뇌에서는 단지 감정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전기신호가 급격히 움직이며 신체 전체에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는 감정 기복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몸과 뇌 전체가 반응하고 있는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증거입니다.

대표적으로, 감정이 폭발할 때는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코르티솔(Cortisol)**이 대량 분비됩니다. 아드레날린은 몸을 각성시키고 심박수를 높이며,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호르몬이 자주 과잉 분비되면, 결국 뇌는 피로를 느끼고, 감정 회로는 예민해지며, 뇌세포 간의 연결이 약화됩니다.

또한 감정 기복이 잦은 사람은 **뇌의 기본 연결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자꾸만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거나 미래의 불안을 반복해서 상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감정을 고정된 틀에 가두고, 새로운 자극에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게 만들며, 감정의 회복력을 떨어뜨립니다.

이처럼 감정 기복은 뇌 전체의 반응 체계를 흔드는 복합적인 문제이며, 감정이 올라오면 뇌는 ‘생각’보다 ‘반응’을 먼저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감정 기복을 조절하려면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이 아닌, 뇌의 반응 체계를 안정화시키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4. 감정 기복을 조절하는 뇌의 회복 훈련법

다행히도 뇌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감정 회로도 훈련과 반복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하더라도, 꾸준한 뇌 사용법과 생활 습관을 통해 편도체의 예민함을 줄이고, 전전두엽의 조절 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첫째, 감정 일기를 쓰는 습관이 효과적입니다. 감정을 느낀 순간, 그 상황, 반응, 그 뒤의 감정 변화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전전두엽이 감정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은 해마에게 그 감정을 ‘정리된 사건’으로 분류하게 해 주며, 기억과 감정이 분리되어 감정의 지속 시간이 줄어듭니다.

둘째, 심호흡, 명상, 요가 등 자율신경계 안정화 훈련도 뇌 회로의 반응성을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특히 명상은 뇌에서 감정 회로가 쉬는 동안 전전두엽과 편도체 간의 연결을 재정비하게 만들고, 꾸준히 실천할 경우 편도체의 크기 자체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셋째, 수면과 식습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감정 조절의 기초입니다. 수면 부족은 감정 회로의 피로를 유발하고, 혈당 불균형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뇌가 감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먼저 생리적인 균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감정을 나누는 것은 감정 회로를 정화시키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타인의 공감은 뇌에서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하며, 그 감정을 ‘공감 받은 감정’으로 전환시켜 편도체의 긴장을 낮춰줍니다. 감정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수용하는 것이 뇌의 감정 회로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정리하자면,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당신이 이상하거나 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뇌의 감정 처리 회로가 지금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편도체는 예민하고, 전전두엽은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며, 해마는 과거의 기억을 쉽게 불러옵니다. 하지만 뇌는 훈련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조절하는 뇌의 힘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자라나는 능력입니다. 오늘도 감정이 흔들렸다면, 괜찮습니다. 뇌는 당신의 감정이 서툴렀던 순간조차 기억하며, 다음 감정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까요.